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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우선 테이블에 앉아 계신 분부터 먼저 좀 시작을 하시죠.”
2026년 6월 8일 오후 2시, 대구 콘텐츠비즈니스센터 1층 가은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기자간담회 현장. 당선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통’을 외쳤다. 그러나 막상 자리 잡고 보니, 그의 ‘소통’은 앞줄 기자들에게만 한정된 특혜였다. 간담회 내내 그의 시선은 오직 앞쪽 테이블에 꽂혔고, 뒷줄에서 손을 들던 기자들은 끝까지 외면당했다.
“뒤쪽에 앉은 기자들은 ‘투명 인간’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지역 언론 기자는 다경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자 회견이 끝날 때까지 뒷줄에서 손을 들면 가급적 우선 테이블에 앉아 계신 분부터 먼저 좀 시작을 하시죠”라며 “앞 테이블 기자들에게만 질문의 기회를 준 뒤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라며 자리를 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추 당선인이 스스로 ‘탁자 질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질문 순서를 사회자나 진행자가 아닌 본인이 직접 지목하며 “자, 앞 테이블부터 질문하시죠” 라는 식의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 모 기자는 “기자회견을 수없이 겪어봤지만, 당선인 본인이 직접 ‘어느 테이블’에 앉은 기자부터 질문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라면서 “공식 석상에서 기자들을 등급 나누는 듯한 발언은 매우 이례적” 이라고 꼬집었다.
“소통은 팔방 미남인데, 질문 기회는 ‘편 가르기’?”
추 당선인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여러 차례 “소통 없이 시정은 없다” 고 강조했다. 또한 “지지 여부를 떠나 모든 시민과 소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과의 첫 소통 무대에서 ‘소통의 기본’인 공정한 질문 기회조차 특정 그룹에 편중시킨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구의 한 정치평론가는 “기자회견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시민의 대표인 언론과 당선인 간의 신뢰 형성의 첫걸음”이라며 “탁자 위치에 따라 질문 기회가 달라지는 ‘위계질서’는 민주적 소통과 거리가 멀다”라고 비판했다.
“앞으론 특종 기대 말라”…당선인의 ‘경고’ 같은 당부
더욱 논란이 된 부분은 간담회 말미였다. 추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운영 방식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중간중간에 현안에 관해서 매일같이 또는 하루 걸러서라도 중요한 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이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겠다.”
“너무 언론사 본사에서 취재 경쟁이 붙어가지고 뭘 하나 해라 이런 기대치는 조금 줄이시는 게 좋으실 것 같다.”
“매일같이 여기서 특종을 뭘 찾아야 되겠다 그 노력은 그렇게 많이 안 하시는 게 좋겠다.”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이 언론의 취재 욕구와 특종 경쟁을 ‘줄이라’고 지시하는 발언은 그 자체로 ‘불통의 선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중앙지 기자는 “기자 회견을 열어 놓고 ‘특종 찾지 말라’는 건, 마치 식탁을 차려놓고 ‘먹지 말라’는 것과 같다”라며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언론을 통제하려는 태도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홍준표식 불통’ 답습하나?…집무실 문제에 “언론이 투표해 달라”
기자 회견 중 집무실 위치(동인청사 vs 산격청사) 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추 당선인은 이렇게 답했다.
“언론인 여러분께서 가장 잘 아시면 언론인 여러분께서 투표를 해 주시고 그럼 그 자리에 있도록 하겠다.”
전임 홍준표 시장이 상징했던 ‘불통’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당선인은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약과 달리 ‘소통’이 아닌 ‘선언’과 ‘통제’로 일관하는 태도는 민선 9기 대구시정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라며 “탁자 하나, 질문 순서 하나에도 드러나는 당선인의 시선이 과연 모든 시민에게 공정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평] ‘탁자 기자회견’의 민낯
추경호 당선인은 선거 내내 ‘소통형 리더’를 자처했다. 첫 기자간담회는 그 말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간담회가 진행될수록 ‘소통’은 미묘하게 다른 뜻으로 스며들었다. ‘탁자 질서’와 ‘특종 포기 당부’는 소통이라 부르기엔 뭔가 가볍지 않은 무게를 담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통제에 가까운, 아니 통제라는 이름의 소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자 회견은 당선인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첫 창이다. 그런데 그 창문을 ‘앞줄’에게만 살짝 열어두고, 뒷줄에는 굳이 잠금장치를 단 건 아닐까. “특종은 기대하지 말라”는 당부는, 자칫 ‘우리가 알 만한 것만 물어보라’라는 신호로도 읽힌다.
기자들은 애초에 ‘탁자 앞’과 ‘탁자 뒤’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그 구분은 추 당선인이 스스럼없이 만든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혹은 본의 아니게.
당선인은 말했다. “소통 없이는 시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굳이 되새기자면, 이렇게 묻는 것이 예의일 듯하다. 테이블 앞뒤를 가르지 않는 그 ‘소통의 첫걸음’부터, 당선인 스스로 내딛는 것이 옳지 않겠는지.
본지는 추경호 당선인의 향후 언론 소통 방식과 인수위 운영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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