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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도시의 하늘은 정책이 아니라 현수막으로 뒤덮인다.
사거리마다, 전봇대마다, 다리 난간마다 후보자의 얼굴과 구호가 넘쳐난다. 시민들은 매일같이 그 아래를 지나지만 정작 남는 것은 피로감과 시각 공해뿐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문구들은 이제 감동보다 피로를 준다. 누가 더 큰 현수막을 거느냐, 누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냐의 경쟁처럼 변질된 지 오래다.
특히 교차로와 회전교차로 주변에 설치된 대형 현수막은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고 도시 미관까지 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평소 시민들이 불법 현수막 하나만 걸어도 철거 대상이 되지만,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는 유독 관대한 잣대가 적용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 불편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보여주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을 배려하는 정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현수막 숫자가 정책 경쟁의 척도처럼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자의 철학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얼굴 알리기 경쟁만 난무한다. 정작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지역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인구 감소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청년과 노인을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다. 하지만 거리는 정책 대신 거대한 얼굴 사진으로 채워진다.
선거는 시민의 축제여야지 시민의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